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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유희동 기상청장이 물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데이터는?". 인공지능(AI)이 답했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와 기후변화의 영향을 측정하는 기후 데이터입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제2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 청장이 소개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와의 대화다.
챗 GPT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신뢰성 높은 기후 데이터가 필요하다"라며 "이런 데이터는 기후 모델링과 예측, 정책수립,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라고 밝혔다.
유 청장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기후변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한국 기후는 지구 평균보다도 높은 속도로 변화해왔다.
2020년 전 세계 평균기온은 14.88도였다. 20세기 평균보다 0.98도 높은 수준이다.
지구 평균온도이 1도 상승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천년에서 100년으로 짧아졌다.
1912∼2020년 한국 연평균기온은 10년에 0.2도씩 상승해왔다. 전 세계 평균인 10년에 0.07도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30년(1991∼2020년)을 보면 지구 평균기온은 18.18도에서 18.30도로 0.12도 올랐다. 같은 기간 한국 평균기온은 18.32도에서 18.53도로 0.21도 상승했다.
더위가 길어졌다. 지난 30년(1981∼2010년) 대비 최근 10년(2011∼2020년) 열대야일은 4.6일 길어졌고, 폭염일은 2.8일 증가했다.
2021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7ppm이었다. 한국 이산화탄소 농도는 관측지에 따라 419.6∼423.1을 기록해 전 세계 평균보다 짙었다.
기후변화 전망도 밝지 않다.
'공통 사회경제경로'(SSP)에 따라 다르지만 21세기 후반 기준 연평균기온은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하는 경우(SSP5-8.5) 현재보다 6.3도 상승할 전망이다. 여름은 97일에서 170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온실가스를 감축해 2070년께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경우(SSP1-2.6) 같은 기간 연평균기온은 2.3도 오르고, 여름은 97도에서 129일까지만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20일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는 2021년 10월까지 발표된 각국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하지 않으면 산업화 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이번 세기 내 1.5도를 넘을 것으로 봤다.
가뭄 겪는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북댐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 청장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기상기후 데이터를 오픈API에 공개해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API는 누구든지 데이터를 가져다가 분석·가공할 수 있게 하는 정보공개 방식을 말한다.
그는 "불공정과 불감증으로 (기후위기 대응 활동이) 국민 개개인의 영역으로 넘어가기 매우 어렵다"라며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공공 부문이 개입할 때 국민에게 가장 명확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격이 달라지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 사람 죽을 때가 됐나 보다'는 얘기를 한다"라며 "기후가 달라졌다는 것은 종말을 얘기하는 것처럼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 회복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에 성공하려면 향후 10년간 이뤄질 정치적·정책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원장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1t 기준) 100달러 미만의 기술력으로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얘기한다"라며 "다시 말해 돈이 없고 기술이 없어서 못 하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와 행정이 이런 세상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위험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10년간 정치와 행정이 가장 안 좋은 선택을 하면 이후부터는 어떤 정책을 선택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미래로 갈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최근 10년(2011∼2020년) 지구 평균기온이 1.09도 상승한 것을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로 달리는 것'에 비유하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오르는 것은 시속 300㎞로 달리는 것이다. 이것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 대응 과제 국가현안 대토론회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과 김영주 국회부의장 등 참석자들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00년간 기상 데이터로 본 기후위기, 대응과제는?'이란 주제로 열린 제2회 국가현안 대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3.4.11 srbaek@yna.co.kr
홍준석 기자 honk0216@yna.co.kr (연합뉴스, 2023.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