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제=이신형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4분기에 기후공시 기준을 확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공시 의무화 시점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SEC 관계자가 17일 말했다.
SEC는 지난해 3월 기후공시 초안을 공개한 후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까지 1만5000건 이상의 의견서가 제출된 가운데 SEC는 그 내용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폴 문터 SEC 국장은 한국회계기준원 등이 주최한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서 “(기후공시 기준 확정) 목표는 일정상 (올해) 4분기”라며 “모든 직원이 합심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공시 기준을 언제 적용할지,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지 신중하게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견서가 너무 많이 검토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공시 기준이 확정돼도 기업의 공시 데이터 수집과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EC가 공개한 기후공시 초안은 상장기업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 관련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의 식별과 평가, 관리 절차 ▲기업이 식별한 기후 관련 리스크가 단기와 중장기적으로 영업 활동과 연결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시장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식별한 기후 관련 리스크가 기업의 경영 전략과 사업 모델, 사업 전망에 미치는 영향 ▲이상 기후나 다른 자연 조건과 같은 기후 문제와 (탈탄소) 전환이 연결 재무제표상의 항목과 재무제표에 사용된 재무적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초안은 상장기업에 산불이나 허리케인 등 기상재해나 탈탄소 전환 활동이 공시 기업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양적인 영향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삼일PwC에 따르면 이런 활동이나 재해가 관련 계정 금액의 1% 이상일 경우 관련 지표와 정보를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 주석에 포함해 공시해야 한다. 여기서 공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의 합이 관련 재무제표 항목의 1% 이상인 경우다.
또한 물리적 위험과 전환 활동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세분화하고 이런 위험을 완화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자본화금액도 재무제표 주석에 공시해야 한다. 중요한 수치와 가정에 대한 정의, 구체적인 지표 도출 방법,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관련 약속을 지키는데 필요한 지출과 비용도 재무제표 주석에 포함해 공시해야 한다. 문터 국장은 “재무제표 항목에 1% 이상 영향을 미치는 전환 활동이나 기상재해를 정하는 게 어려울 수 있어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침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프 1, 2 배출량 공시 외부 인증 요구
초안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항목에서는 스코프 1과 스코프 2는 물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스코프 3 배출량까지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스코프 3의 경우 스코프3 배출을 포함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기업이나 스코프 3 배출량이 심대한(material) 기업은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가 면제된다. 업스트림 공급망은 원자재 조달에서 제조까지의 공급망을 말하고 다운스트림 공급망은 제품 생산 후 운송과 유통 등의 공급망을 뜻한다.
초안에 담긴 스코프 3 배출량 공개안은 다수의 기업이 이미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와 온실가스 프로토클(GHG)의 기후변화 대응 정보 공개 기준에 따라 공시하는 내용과 유사하다고 SEC는 설명했다.
스코프 1과 2 배출량 공시의 경우 다른 재무 정보 공시와 마찬가지로 공시 내용에 관한 외부 인증을 거쳐야 한다. 삼일PwC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에 대한 인증은 우선 제한된 인증(limited assurance)로 시작해 합리적 인증(reasonable assurance)로 전환될 예정이다.
인증은 대기업에 먼저 적용되고 단계적으로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 적용된다. 하지만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는 소송으로부터 보호를 받고(protected from litigation) 공시 내용에 관한 외부 인증 의무도 면제된다
미국 재계는 일찌감치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에 대해 배출량 측정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언급하며 난색을 표해왔다. 정확한 측정이 어려워 허위 공시에 따른 투자자의 소송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SEC가 이런 재계의 불만을 수용한 셈이다.
스포크 3 배출량 공시와 관련, 문터 국장은 “공급망의 배출량을 어떻게 측정하고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할지 고민이 많다”며 “정보를 취합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우려가 많아 기업에 과도한 비용 부담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SEC 초안은 공시 기업이 재생에너지 인증서나 탄소 크레딧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공시하도록 하고 내부 탄소가격 책정 시 그 기준도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문터 국장은 “탄소중립 목표를 세운 기업이 직접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과 상쇄로 탄소를 감축하는 것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 이를 구분해서 공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